제목 그대로
라노베를 위해 전자책을 샀습니다. 라노베란 것들은 대부분 그저 시간떼우려고 보는 것이다 보니 소장가치는 낮습니다. 그러면서 권수는 많아서 책장을 적지않게 잡아먹지요. 책장이 널널할 때는 별 상관없는 문제였지만 점점 비좁아지는 책장을 보니 새로운 책을 사기가 꺼려지더라고요.

이렇게 보니 많네.
그런 와중에 알라딘의 전자책 카테고리를 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주저없이 DRM을 지원하는 전자책 중 제일 싼 페이지원을 주문했습니다. 비록 지금은 시드노벨 밖에 없지만 언젠가는 저 카테고리가 꽉꽉 채워지리라 믿습니다.
특히 NT노벨은 책값 올릴 궁리만 할 것이 아니라 전자책을 내놓으란 말이다! 전자책!! 권당 7000원을 넘나드는게 무슨 라노베야?! 애초에 NT노벨 론칭할 때 밝혔던 취지와도 맞질 않잖아. 어차피 디지털 데이터로 받아서 편집할텐데 그 중에 전자책 제작 과정 추가하는게 그렇게 어렵냐?…각설하고, 앞서 적은 것처럼 라노베는 소장가치가 낮으면서 자리를 많이 차지하는데다가 가격까지 오르는 추세라 사보기가 힘들었던지라 전자책으로 나오는 것은 참으로 기쁜 소식입니다.
게다가 가뭄에 콩나는 수준으로 적은 한국이퍼브의 콘텐츠들 중 시장을 활성화시키는데 적절한 콘텐츠이기도 하고요.
그리고 만화책을 넣어보니 탁월하더군요. 누워서 만화보는 게 삶의 낙이라 옆에 만화책을 쌓아놓고 보거나 노트북을 썼습니다. 하지만 종이책은 나중에 다시 정리하기가 귀찮고 노트북은 엎드려서나 쓸만한 물건이지요.
비록 종이책으로 보는 맛에는 못미치지만, 전자책을 리더기로 보는 것은 종이책과 노트북의 적절한 타협점입니다. 한번에 두페이지를 볼 수 없다는 것을 빼면 거의 완벽하더군요.
디지털기기의 관점에선 단점 투성이 여러 기기들을 써보면서 가지게 된 기준이랄까요. 디지털기기라면 이 정도 수준은 되어야한다는 기준이 있습니다. 거기에 비춰보면 페이지원 같은 전자책들은 한참 못미치는 제품들입니다.
예를 들어 이런 것.
당장 휴대폰과 비교해도 밀립니다. 흑백 화면에다가 속도는 느려터졌고, 네트워크 기능도 없는데다가 동영상 재생도 못하니 도무지 이런 무능력한 기계가 또 없습니다. 요즘처럼 온갖 것들이 합체하는 시대에는 휴대용 게임기보다도 못한데다가 심지어
DAP도 이보다는 다재다능합니다. 개중에는 안드로이드까지 올라간 제품도 있으니 경쟁 대상이라기에도 민망할 지경이지요. 아마 잡스는 이런 게 속터져서 아이패드를 생각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고 자기들이 제시하는 기능면에서 월등하냐면 그조차 아닙니다. 분명 e-ink를 쓰는 화면은 백라이트든 자체발광이든 빛을 내는 화면에 비해 눈에 부담을 덜 주긴 합니다만, 현대인들은 그런 번쩍이는 화면에 적응하는 법을 터득했다는 게 문제입니다. 당장 저만해도 하루 8시간 정도는 모니터를 보는 일을 하고 있으니까요. 눈이 뻑뻑하고 시력이 떨어지는 건 체감하지만 못견딜 정도는 아니거든요.
게다가 한국이퍼브만의 문제인지도 모르겠는데, DRM걸린 파일을 전송할 때 쓰는 프로그램의 사용법이 직관적이질 못합니다. 대체 인증파일을 따로 받아서 관리해야하는 이유를 모르겠더라고요. MS가 DRM 걸린 음악 파일들을 어떻게 관리하도록 만들었는지 미디어플레이어만 활용해 봤어도 이렇게 만들진 않았을 겁니다.
이런 것들 외에도 기기자체가 아직 미완성이라할 부분이 있는데
PDF 확대가 안됩니다. 확대됩니다. 메뉴얼을 다시보니 확대가 가능하군요. 하지만 읽기에 충분할만큼 확대할 순 없습니다. 차후 펌웨어 업데이트로 지원을 해줄런지 모르겠지만 기기의 해상도로 감당이 안되는 문서는 읽을 수가 없는 것이지요.

NDS 게임팩과의 크기 비교샷. 왼쪽아래 돋보기 아이콘은 장식일 뿐.
이 외에는 베젤 안쪽의 컷팅가공 덕에 번쩍이는 게 거슬리곤 한다거나, 버그가 좀 있더라는 문제가 보이더군요.
아날로그라면 충분하고도 남는다 하지만 종이책에 견주어 생각해보면, 매우 훌륭한 제품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선 작고 가볍거든요. 본체 무게가 고작 200g 밖에 안됩니다. 그러면서 외장메모리를 넉넉하게 지원하지요. 적당한 용량의 마이크로 SDHC 메모리만 있으면 기껏해야 라노베 두권 무게에 여태 출간된 모든 라노베들을 담을 수도 있으니 시간 떼우기 용으로 뭘 챙겨서 다닐지 고민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보단 책 살 돈이 없는 걸 걱정해야 할 판이니까요.
어디 그뿐인가요.
실험적으로 전혀 안보던 걸 사는 건 만화책만이 아닙니다. 라노베 또한 마찬가지거든요. 어쩌다 한 권 샀는데 재밌어서 더 읽고 싶을 때 서점을 찾아가는 수고를 할 필요가 없습니다. 인터넷 서점에서 종이책보다 싼 전자책을 주문하고 다운받으면 그만입니다.
이처럼 책장 공간도 확보하고 치솟는 책값 걱정도 덜고 빨리 보려고 서점까지 나가는 귀찮음도 덜 수 있으니 그야말로 콘텐츠 소모를 위한 최적의 장비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눈이 편합니다. 모니터를 볼 때는 장시간 보는 건 가능하지만, 눈에 피로가 쌓이는 게 팍팍 느껴집니다. 때로는 아예 눈물을 질질 짜면서 일을 할 때도 있을 지경이지요. 그런데 e-ink 같은 반사형 화면을 한동안 써보니 피로가 쌓이는 측면에서 부담이 한결 덜합니다. 그야말로 종이책을 보는 느낌이라 피로에 나가떨어지기 앞서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게 빠를 정도입니다.

흐린 부분은 찍을 때 조리개를 덜 조여서 그런 것. 이 갱지 같은 화면이 e-ink의 매력.
페이지 넘어갈 때 일어나는 반전이 거슬린다는 이도 있지만 전 신경 쓰이지 않았습니다. 예전에 아이리버에서 스토리가 처음 나왔을 때 동영상을 보면서 심하다 싶었는데 요즘 기기들은 상당히 개선을 이뤄냈나 보더군요.
이런 기계의 장점 외에 한가지 장점아닌 장점이 있는데 기계값이 쌉니다…새것을 전용케이스 포함해서 22만원 정도에 사서, 스스로 싸게 잘샀다고 의기양양해 하고 있었는데 카페 들어갔더니 장터에서 구성품 다있는 패키지를 15만원에 팔고 있더라는; 출시된지 몇 달 안된 터라 중고라고 해도 부숴먹을 작정으로 쓰지 않고서야 새것이나 다름 없을텐데 15만원;; OTL
결론은 버킹검.
…농담입니다. 왠지 이 말을 쓰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유혹을 느끼는 세대다보니;;
정리하자면 가벼운 휴대성과 확장성으로 다독을 즐기는 이에게 적절한 물건이라는 겁니다. 고질적인 콘텐츠 부족이 문제긴 하지만, 애초에 라노베용이라는 뚜렷하고도 제한적인 용도를 정해놓고 샀기 때문에 시드노벨 외의 다른 레이블들도 착실히 내주기만 한다면 불만 없습니다. 또, 페이지원 자체도 싼티나는 부분이 없는 건 아니지만, 만듦새가 좋은 편이라 꽤 만족스럽습니다.
다만, 저처럼 제한적인 용도만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고 새로운 디지털기기로 인식하고 사는 거라면, 얼마 안있어 장터에 내놓게 될 겁니다. 그리고 6인치 화면의 제품들은 다들 해상도가 낮아서 고해상도가 필요한 전문서적이나 잡지 같은 것들을 보기에는 적합하지 않으니 아마존 킨들DX 또는, 아이패드 같은 타블렛 제품들을 권합니다.
http://blogand.net/trackback/2690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