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기자카 하루카의 비밀」 이가라시 유사쿠 / 인단비 번역 /  학산문화사 


    애니를 보고 참 오덕한 만화구나 싶었는데 원작이 라노베라기에 '야쿠시지 료코의 괴기사건부'를 사면서 같이 질렀습니다. 그야말로 가벼운 마음으로 가볍게 질러서 이런 건 줄 몰랐지요.

여지껏 라노베란 것은 NTnovel 몇 종하고 제국주의 SF 괴작 '은하전기', 아마노 요시타카의 일러스트에 홀려서 산 '뱀파이어헌터 D' 정도를 봤을 뿐입니다. 그러니까 eXtream Novel로 나온 건 처음 봤는데 재밌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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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게 한두페이지가 아니라 책 전체에 고루 나타납니다.


4권부터는 다른 책들처럼 상식적인―꼬리가 남지 않는― 형태로 나오는데 대신 오자가 꽤 눈에 밟힙니다. 오탈자야 흔한거지만, 초판을 3,4쇄씩 찍어내면서 교정쇄를 내지 않더군요. 워낙 책 자체가 비교적 저가라서 아예 교정 같은 건 염두에 두지 않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번역도 좀 미묘한게 초(超)를 남발하는 일본애들 말버릇은 고스란히 나오면서, 비유 같은 건 이해를 돕기 위한 현지화를 해버리는데 이게 또 은근히 이질적이란 말이에요.

처음에 영덕대게가 언급되는 걸 보고, 이것이 일본에 수출되는 그 영덕대게인 건지 아니면 다른 것에 대한 현지화된 의역인건지 고민 좀 했습니다. 나중에 제주도 흑돼지니, 돌하르방이니 하는 부분이 나와서 현지화된 의역으로 파악했지만, 처음 '상남2인조'를 봤을 때 처럼 뭔가 어긋났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이건 그래도 익숙해지니 신경 쓰이는 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교정이나 번역보다 곤란한 건. 소설자체가 '신족가족' 수준이란 거지요. 굳이 더 따지면 그보다 약간 처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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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m 문화원에서 강의하는 귀작가와 비교하면…


재미는 있어요. 하지만 같은 흥미위주 소설이라도 다나카 요시키 같은 사회비판적이고 연륜이 넘치는 작가가 쓴 글과는 차이가 확연하죠. 사실 이쪽은 신인에 가까우니 비교대상은 아니지만 두드러지는 차이는 그런 걸 넘어서, 글을 어떤식으로 쓰겠다고 생각하는 방식자체가 다른 거 같더라고요. 일반독자를 대상으로 한다기보단 오타쿠도 멀쩡한 사람이고 사랑을 하고 산다는 이야기를 오타쿠에게 하는 소설이란 느낌을 받았어요.

그렇지만 위의 모든 것보다 더 큰 문제는 삽화입니다. 일러스트를 모아보면 영락없는 판치라 만화라는 건 어쨌거나 인터넷으로 주문했으니까 샀지, 서점에서 계산대에 올려놓기 민망한 표지―다른건 괜찮아도 3권은 참;―도 있으니까요. 어릴 때는 보고싶으면 사는 거지 뭔상관이야 싶었는데 이제는 이런 강렬한 표지의 책은 사기 힘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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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18 04:14 2008/07/18 04:14
「모략 - 언변논리」 차이위치우 외 / 김영수 번역 / 김기협 감수 / 들녘


    '모략'은 '정치외교', '언변논리', '군사병법'의 세 권이지만 저는 그중 언변논리 밖에 읽지 않았습니다. 이 책이 처음 국내에 나왔던 96년 당시에는 단순히 재밌을 것 같다는 이유로 봤거든요. 그 때는 어리기도 했고요.

언변논리는 고사와 현대의 사례들을 통해 말하는 법에 대해 논하고 있는데, 이게 실로 적절한 사례들을 가지고 논하니 책에 있는 이야기에 수긍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건 지금 다시 읽어도 그렇더군요. 독자가 발전이 없는 탓이겠지만 어쨌거나 그런 이유로 괜찮은 책이라 여기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본문 중 '지인지자(知人智者)'편에서 '맹자'에서 발췌한 대목을 예로 드는데 이게 지금봐도 참으로 옳구나 싶은 말입니다.

    말이 어느 한쪽에 치우쳐 있다면 그 사람은 분명 어떤 사상에 의해 가려져 있는 것이고, 진실을 잃은 과장으로 자신의 주장을 합리화하려 한다면 그 사람은 어떤 사상의 지배를 받고 있는 것이다.
    억지 소리를 늘어놓거나 말을 이리저리 꾸미는 사람은 진리를 돌아보지 않는 자이다. 말이 왔다갔다 일정치 않으면 이미 대응이 궁색해졌다는 것이다.

이야, 이런 글을 수 천년 전에 쓰다니 맹자는 참 간지나는 아저씨였구나하고 감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중국옆에 붙어 있는 두 쪽난 반도에서는 아직도 비일비재한 일이라 저러한 사례를 매우 쉽게 접할 수 있지요. 저도 그렇긴 합니다. 아무래도 논리보다는 감정이 앞서는 편이라서요. 

그런데 정말로 아쉬운 것이 '상대를 아는 이가 지혜로운 자'라는 게 인터넷에서는 매우 어렵다는 게 문제입니다. 익명에 기대어 글을 쓴 경우 그가 어떤 이인지를 알 턱이 없죠. 실명이더라도 조용히 있다가 마구 반박해주고 싶은 글을 하나 써버리면, 그 사람에 맞는 대응을 하기는 어려운 법입니다. 더군다나 요즘에는 하나의 사건이나 이슈가 너무나 빠르게 번졌다가 사그러들어서 더더욱 상대에 대해 알기가 어렵지요.

이러니, 여러모로 도움되는 글을 담고 있는 책이지만 아무래도 집필된지 꽤 된터라 온라인에서 그대로 써먹기에는 좀 어렵습니다.  하지만 오프라인에서 사람과 대면할 때 참고하기에는 아직 유효한 책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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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빨간색으로 된 부분 출판사가 실천했는지 무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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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14 21:45 2008/07/14 21:45
「나는 한국에서 어른이 되었다」 컬린 토머스 / 김소정 번역 / 북스코프


요 책. 여기저기 언론에서 많이 다뤘습니다. 서평도 꽤 그럴싸했지요. 그리고 실제로도 그렇게 나쁜책은 아닙니다. 대충 읽어 그런지 몰라도 눈에 오탈자가 밟히는 것도 없었고, 번역도 잘못된 사실관계에 대해 바로잡는 주석을 넣는 등. 신경 쓴 흔적이 보이는 책이지요. 뭐, 표지는 좀 아닙니다만 아무튼 거기다가 분명 인생에 도움이 되는 소리를 하고 있는 것도 맞습니다. 서양인들에게는.

하지만 한국인이라면, 이 이야기에 감명을 받을 구석은 없다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양키가 젊은시절에 멍청한 짓을 해서는 삶에 교훈을 얻었다는 기록정도로 읽으면 그만입니다. 적어도 군대를 다녀온 한국남자라면 여기의 이야기는 이미 깨달은 내용이거나, '그 X같은 시스템이 니는 좋냐!!'라고 분노해도 될 그런 이야기이니까요.

이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건 외국인 강사의 자질이 평균을 따져볼작시면 얼마나 형편없는지와 20대 초중반의 서양인들이 일반적으로 상상을 초월할만큼 개념이 없다는 겁니다. 그냥 개념이 없는 정도가 아니라, 눈치도 없고 딱히 눈치를 볼 생각도 없기 때문에 교도소에 한 번 담궜다 빼낸 건 정말 훌륭한 개념탑재 방법 중 하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정도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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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큐다. 당신이 아니었으면 신문의 서평은 믿을게 못된다는 진리를 망각할 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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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13 02:10 2008/07/13 02:10
「얼터너티브 드림」 복거일 외 9인 / 황금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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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SF 대표 작가 10인의 단편 10선이라고 해서 촌철살인의 극을 달리는 작품들만 모아놨나 했는데, 다읽고 나니까 그리 감흥이 없네요. 표지에 실린 작가의 이름들을 보고 품었던 기대에는 못미쳤습니다.

듀나의 '대리전'은 처음에 제목만보고 무슨 양반전, 배비장전 같은 것의 패러디로 붙인 이름인가 했는데 내용이 말그대로 대리전(代理戰)이였더군요. 그런 거야 어쨌거나 평소의 듀나체 그대로라는 게 싫었습니다. 번역된 코니 윌리스의 문체마냥 수다스러우며 라이트노블마냥 갖다붙이는 비유는 읽기가 꽤 피곤하더군요.

오경문의 '오래된 이야기'는 한번쯤 써먹는 창세기 울궈먹기였고, 이영도의 '카이와 판돔의 번역에 관하여'는 꽤 괜찮았는데 주제가 너무나 강렬히 드러나는 너무나 이영도스러운 글이었습니다. 김보영의 '땅 밑에'는 역발상이 특이했고, 김덕성의 '얼터너티브 드림'은 해괴하더군요. 단편이긴한데 이거 하나로 완결이라고 생각하기에는 찝찝한 글이었거든요. 이한범의 '사관과 늑대'도 찝찝하기는 매한가지라, 둘 다 장편이 따로 나오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고장원의 '로도스의 첩자'는 재밌었지만 반전이 반전 같지가 않더라고요. 복거일의 '꿈꾸는 지놈의 노래'는…유일하게 차분한 분위기라 돋보이기는 한데 재미는 없더군요. '그래서 뭐, 어쩌라고?'하는 느낌. 노성래의 '향기'는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이었습니다. 사람같지 않은 사람의 사람 같은 면모를 잘 보여주더군요.

신윤수의 '필멸의 변'은 매우 안좋은 편이었습니다. 초반에 잔뜩 벌려놓고는 뒤는 흐지부지 되는 매우 한국적인 양상이라 실망감도 제일 컸어요. 뭡니까 대체. 파파는 할 일이 있다고 그 난리를 쳐놓고는 결국 도망이나 가고 말이죠. 파파의 뜻을 따르느라 죽은 사람이 몇인데, 자신의 죽음을 미루면서까지 할 일이란게 고작 애들데리고 딴데가서 사는 거라는 게 납득이 가겠냐고요. 그보다 더 황당한 건 자기 정체를 알고 급격히 무너져 가는 하진석인데,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그 녀석은 자아존중감 같은 것도 없데요? 어떻게 그런 상황을 그렇게 쉽게 순순히 받아들인답니까!

책의 1서문만 보면 어렵게 작품들을 모아서 웹진으로 내고, 이런 게 쌓여서 한국SF가 발전하고, 한국적 SF의 토대가 마련되는 거라고 생각할 순 있지만, 책으로 출판해서 뿌릴 생각이었다면 적어도 가필이나 수정 정도는 작가들에게 부탁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렇게 한 게 이 수준이라면 할 말이 없고요. 아무튼 작품마다 편차가 상당하기는 해도 훌륭하다 싶은 것도 두세편 정도는 들어있으니, 첫 모음집으로는 나쁘지 않은 셈이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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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서문을 보고 구매할 의향이 생겼다면 말리고 싶습니다. 상당히 그럴싸하게 포장해놨는데 집필 의도가 실제로 그러했는지는 몰라도, 그걸 제대로 전달할 수준이 아니다 싶은 것도 같이 묶어 의미부여했더라고요. [B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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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27 23:10 2008/06/27 23:10
「생활예절」 문상주 / 고려출판사


    집에 굴러다닌 지는 오래된 책인데 감상을 쓸만한 책이 아니고 교양서라 할 수 있습니다. 보다 보면 잘 모르던 예의범절에 대한 내용이 있는가 하면 이딴 게 예의랑 뭔 상관인가 싶은 부분도 있는데, 상당히 시시콜콜한 것까지 예의로 분류해서 정리했더군요. 직장예절 중에서 맘에 드는 것 몇 가지.

  • 사무실에 상급자가 들어오면 사무실 내의 최상급자만 일어난다. 만일 사무실 내의 상급자보다 하급자가 들어오면 아무도 일어나지 않는다. (나갈 때도 같다.)
    군대에서의 예절과 같은 데 직장 다녀보니 대게는 누가 오면 모두 다 일어나는 분위기라 좀 그랬어요.
  • 자기의 업무처리 관계로 다른 사람이 방해받지 않도록 세심한 배려를 한다.
    지당한 말씀. 하지만 저도 거의 다른 분들 도움을 받았던 터라;;
  • 근무장소는 공용장소이므로 남과 전체를 염두에 두고 호혜의 원칙을 지켜야한다.
    그러니까 사무실에서 담배 피우는 거 하지 말라는.

이런 것들이 있는가 하면, 늦어도 출근시간 15분 전까지는 출근하여 준비를 마친다거나, 근무시간 전에 상급자가 먼저 나와있으면 늦어서 죄송하다고 사과인사를 한다거나, 보행 중 상급자와 조우하였을 때 남자는 왼쪽 앞, 여자는 오른쪽 앞으로 방향 정해놓고 비켜선다거나 하는 지금 기준으로는 택도 없는 것과 당시 기준으로도 신경 쓰는 사람 없던 예절 같은 것들도 많이 들어 있습니다.

그 외에도 정말 의외의 것도 있더군요. 양식의 정식 만찬에서는 잼을 찾지 않는다든지(Why?), 아스파라거스는 줄기를 포크로 자른 후 손으로 먹는다든지(기껏 포크 써놓고 왜 손으로;), 일식을 먹을 때는 밥과 요리를 번갈아 한입씩 먹는다든지(밥 한번, 반찬 두번 먹으면 결례??)하는 것들까지 적혀 있습니다.

글쎄요. 당시의 시대 분위기(초판은 94년, 재판은 95년에 출간.)를 읽는다는 심정으로 보면 모를까, 나이 지긋하신 분들 상대할 때 말고는 지금의 예의로 참고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책입니다. 맨 앞에 나오는 가족 간 호칭 정리 정도는 쓸만하겠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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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16 01:27 2008/05/16 01:27
「오주석의 한국의 美 특강」 오주석 / 솔 출판사


    제가 원체 예술에 대한 조예가 천박하기 이를 데 없는 사람이라, 좋은 그림이나 조각을 보아도 별 감상이 안 생겨요. 이른바 팝아트 같은 건 더러 보기에 좋아서 맘에 드는 때도 있지만… 하여튼 제대로 감상할 만한 안목이 없습니다. 실은, 이 책을 그런 부분을 보완하고자 읽은 게 아니고, 그냥 행사가로 싸게 팔기에 덜컥 사서 읽은 겁니다만 의외로 술술 읽히는 게 괜찮더군요. 애초에 강의록에 사진을 첨부한 것이니 딱히 어려울 게 없는 책입니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당연한 것인데도, 서양화와 동양화는 시선이 옮겨가는 방향부터 다르다는 걸 이제야 알았습니다. 큐레이터들이 그런 걸 고려해서 전시물을 배치한 다는 것도요. 게다가 갈대와 게처럼 보고는 그냥 해괴한 조합이구나 싶었던 것이 담고 있는 의미를 알고보니 그림 한 장에 참으로 깊은 뜻을 담았구나 싶더군요. 이래서 한자를 공부해야 하나 봅니다. 알아서 좋은 건 있어도 몰라서 좋은 건 없어요. 이런 이야기들을 직접 강의로 듣지 못한 게 아쉬울 따름입니다. 오주석 선생은 이미 고인이 되었으니 소식이 늦어도 한참 늦었어요.

    뭐, 보다보면 우리 것을 연구한 분들이 종종 보이는 우리 것이 세계제일이라는 태도가 배어나오긴 하지만 심하지 않은 수준입니다. 예전에 우리 것이 최고라며 무조건 외국 것을 깎아내리던 분에 비하면, 매우 수긍이 가는 부분들에 대해 말하고 있거든요. 편협한 자국제일주의가 아니라 평가받지 못하고 홀대받는 우리 것에 대한 애정이 묻어나는 수준이니 흠이랄 것도 없지요.

    확실히 서구의 문화예술을 추종하면서 우리 것에 대한 관심은 적은 게 사실입니다. 책의 말미에 언급한 "예술에 국경이 없는 게 아니라 예술의 국경이야말로 지구상에서 가장 높습니다."라는 말이 뜻하는 것처럼, 외국인이 보지 못하는 작품에 배어있는 문화적인 측면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작품이 만들어진 곳에서 살아온 사람이 보는 법을 익혀서 찬찬히 보는 게 좋겠지요.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가기 전에 한 번 읽어 보기에 좋은 책인 듯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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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20 15:32 2008/04/20 15:32
「룬의 아이들 윈터러」 전민희 / 제우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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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권이 하나의 스테인드 글라스

어지간해서는 도서 감상에 사진을 안 넣지만 윈터러 애장판은 표지부터가 애장판다워 넣었습니다. 멋진 양장본이에요. 그렇게 겉모습에 만족하고 책을 펼치니 이건 더 놀랍더군요. 글자크기 장난 아닙니다. 덕택에 책장도 빨리 넘어가고 잘 읽히기는 하는데, 룬의 아이들의 독자가 벌써 노안을 걱정할 나이대는 아니건만, 심히 배려를 해줬더군요. 예전 같았으면 이따위 얕은 수작으로 페이지를 늘리고 가격 올려받고 앉았느냐며 성질을 냈겠지만 이제는 그러려니 합니다. 애장판인데 뭐 어떻습니까.

이런 외적인 부분 외에 마지막 권에 서비스로 단편이 하나 들어 있는데, 예프넨과 보리스의 어린 시절 이야기로 별로 흥미롭진 않습니다. 무엇보다 일반종이인 본편 뒤가 아니라 작가 후기가 있는 제일 뒤에 무늬 있는 종이에 인쇄되어서 읽기에도 좀 그렇고요.

애장판이라는 것에 대한 이야기는 이쯤하고 내용으로 넘어가면 이미 널리 읽힌 판타지라 따로 언급할 건 없지만 데모닉을 읽고 난 후에 다시 보니 보리스는 정말 작가의 애정을 듬뿍 받은 녀석이란 생각이 들더군요.
 
데모닉의 조슈아가 비교적 자신의 문제에 함몰된 캐릭터인 것에 반해, 보리스는 시리즈의 처음에 나오는 주인공이라 세계관을 설명하는 임무까지 있어서 그런지 공화주의와 왕정이라는 정치철학을 논하기도 하고, 정치문제로 직접 피해를 입은 당사자인데다가, 가나폴리의 잊혀진 역사에 깊이 개입하는 등. 너무나 천재적이라 데모닉이라 불리는 조슈아보다 이야기 진행에 도움되는 재주를 많이도 익혔더라고요.

이렇게 둘을 비교하고 보니 3부의 주인공은 여자아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만약 제가 생각한 그 인물을 주인공으로 쓴다면 작가가 윈터러와 데모닉의 이야기에 어떻게 엮어 넣을지가 기대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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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22 23:45 2008/03/22 23:45
「쪽발이」 고바야시 마사루 / 이원희 번역 / 도서출판 소화


 그동안 이책저책 읽으면서 2차 대전 당시 일본에 있었던 일본인의 글도 보았고 전후 일본인의 글도 보았고, 우리입장에서 본 일본에 대한 글은 무수히 보았지만 미처 보지 못했던 한 조각. 식민지 조선에 살았던 일본인이 쓴 글을 이제서야 봅니다.

책은 '쪽발이', '가교', '이름없는 기수들', '눈없는 머리'의 세 개의 단편과 하나의 중편으로 구성되어있고, 각각의 이야기의 주인공은 모두 조선에 살았던 일본인입니다. 작가 본인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인물들인 거지요. 이들은 서로 다르지만 일관된 모습을 보이는 게 재밌습니다. 특별히 악당도 아니지만 조선인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고, 한편으로는 열등한 취급을 받는 조선인에 대한 연민이 있으면서도 두려워합니다. 그중에서도 이 두려워한다는 것이 꽤 눈에 띄는데, 무지막지한 것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라 조선인과 어울려 놀기도하고, 조선인 학생을 가르치기도 하고, 조선인 가정부를 부리기도 하지만 결국 조선인들 사이에서 일본인이라는 이질감에 의한 두려움이 드러납니다.

미리니름이라…

모호하게 써서 일본사람들이 '우리도 피해자다.' 운운하는 책으로 오해하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 덧붙이자면, 일본에 남아있던 사람들은 모를 응어리가 있지만 이를 극복하고 국가와 국가의 관계, 대등한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어떻게 이루어나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있는 소설이며 , 공산주의자였던 작가의 낭만-투쟁과 수감도 낭만이라면-이 서려있어 여러모로 읽어볼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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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1/03 11:08 2007/11/03 11:08
「풀 메탈 패닉!」 가토우 쇼우지 , 시키도우지 그림 / 민유선 번역 / 대원씨아이


기다린 보람이 있었달까요. 여지껏 나온 시리즈 중 가장 두껍다는 19권. 낚시질로 시작해서 화끈한 액션을 보여주니 좋더군요. 보고있자니 ARX-8은 과연 황당할 정도의 기체더라고요. 말도 안 되는 힘과 어이없는 장비로요. 만들고보니 심하게 먼치킨이라 일부러 그런 약점을 넣은 것 같긴한데 그래서 더 어이없기도 합니다. 그래도 앞으로 더 호쾌한 연출을 할 거라 생각하니 기대가 됩니다. 

궤멸되다시피한 미스릴이 의외로 똘똘 뭉치는 건 말이 안 되는 부분이면서 말이 되는 부분이지요. 보는 관점에 따른 거지만. 아무튼 그래서 초반 작가의 텟사를 미끼로한 낚시질에 깜빡 넘어갔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앞에서 그렇게 끝냈는데 이런 반전은 이상한 거였는데도 그 부분을 읽는 동안에는 깨닫지 못했네요. 그나저나 칼리닌은 더 알 수 없는 캐릭터가 되었어요. 레너드까지 다른 꿍꿍이가 있는 것 같고 과연 진다이 고등학교 졸업 때 까지 끝낼 수 있을지 의심스럽습니다.

그런데 치도리 카나메는 좀…이것 때문에 그 긴 분량에도 불구하고 아무 진전이 없는 거나 마찬가지인 것 같기도 합니다. 소스케는 나날이 크는데 카나메만 어린애 같아요. 하긴 작가 후기에도 나오지만 일본에서는 1권이 나올 때 초등학생이던 독자가 사회인이 되어있을 수도 있을만큼의 세월이 지났지만, 책에서 진행된 분량은 겨우 1년이 좀 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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