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의 전쟁」 존 스칼지 / 이수현 번역 / (주)샘터사 


재밌어요. 요약하자면

존 페리는 할멈 먼저 보내고 적적하게 지내는 노친내였지만 군대에 가서 젊음도 얻고, 할멈도 찾았어요.
게다가 군대가 체질이었는지 무지하게 잘나갔더랍니다. 아, 행복하여라~

이렇게 참 별 것 없는 사랑타령이지만 이 별 것 없는 사랑타령을 뼈대로, 읽기 시작해서 다 읽을 때까지 책을 덮지 않을만큼 훌륭한 이야기를 만들어 내었더군요. 꽤 수완이 좋은 작가입니다.

좋았던 점들은 역시 사랑타령이 크죠. '몇 번을 죽고 다시 태어나도 다시 만나 사랑하리'라는 식의 이야기는 무척 오랜만에 접하여서 되려 생경할 지경이었습니다. 군대에 대한 묘사도 괜찮았어요. 어디서 많이 본 거 같은 분위기지만 현실이 SF를 따라잡고 있는 시대에 미래에 대해 뻥칠 수 있는 선택지는 많이 줄어들 수 밖에 없는 겁니다. 그걸 매끄럽게 처리한 것만으로도 훌륭한거지요. 무엇보다 작품 전체에 반질거리며 흐르는 유머는 서로에 대해 모르는 게 있으면 이상하게 여겨질 세월을 함께 하였던 사람들이, 도저히 서로를 알 수 없는 존재로 마주치는 상황도 칙칙하지 않게 만들어줍니다. 이만하면 읽을거리로써 필요한 대부분의 미덕을 갖춘셈이지요.

여러모로 좋지만 아쉬운 것도 많기는 합니다. 역시 눈에 띄는 건 미형캐릭터로 도배한 인물구성과 우주에서의 전쟁 부분인데, 다른 것들에 비해 떨어지는 부분이 있는 건 아니지만 딱히 더 나을 것도 없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은하전기를 떠올릴 정도였으니까요. 어쩌면 '우주전쟁물'이란 별도의 장르가 있는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노인들에 대한 묘사가 제가 알고 있는 노인들과는 좀 다르더군요. 물론 늙으면 애가 된다고들 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환희에 차서 난잡해질 수 있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더군요. 이건 나이의 많고적음의 문제가 아니라, 문화의 차이에서 기인하는 위화감이겠지요.

하지만 그런 아쉬운 점들은 정말 사소한 것들에 불과할만큼 이 책은 마음에 들었습니다. 사실 양장본이 아니라서 읽기에 편했다는 것도 마음에 든 이유 중 하나였어요.
2009/02/23 21:31 2009/02/23 2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