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원 지하철 안에서 내 앞에 선 아가씨가 무슨 책을 열심히 보고 있어서 뭔가 하고 봤더니 굵은 걸로 뭘 찔러올렸다느니, 신음소리가 어떻다느니, 뒤를 어쨌다든가 하는 것들로 페이지가 가득한 것이었다.
실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나였다면 겉보기에는 두께도 좀 있고 비록 표지도안은 못봤지만 색상도 차분하여 그럴 듯한 책 처럼 보여도, 이 사람많은 지하철에서 저런 대목이 나오면 읽기를 중단하고 덮었을 것이다.
허나 진정한 독서가라면 비록 에로소설이라 한들, 읽기를 시작하고서는 어찌 주위의 시선 따위를 의식하랴. 그저 꿋꿋하게 읽어 나갈 뿐임을 몸소 보여주는 데에는 절로 감복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었다.
다만 내리기 전에 넘긴 책장에서 내 눈으로 뛰어들어온 '게이생활 20년'이란 부분이 뇌리에서 잊혀지지 않고 책의 정체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만들 뿐이다.

현재 내 머릿속도 이러하다.









쓰고싶을 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