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위한 변명일까? (정치글 아님)

Posted at 2007/12/17 19:24// Posted in 무엇
얼마전에 술자리에서 개발일 하시는 분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소프트웨어 불법복제에 대한 말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미리 말씀드리자면, 전 할 수 있는데 까지 정품을 써보자는 입장이고 전에는 많이 썼지만 지금은 불법복제 소프트웨어는 쓰는 게 없습니다. 그렇다고 딱히 불법복제는 절대 않겠다고 생각하는 것도 아니고요.  이런 생각 중 지금 불법복제로 쓰는 건 없다는 부분까지 듣고 불법복제에 대한 변명을 하시더군요.

자주 쓰는 건 아니지만 꼭 필요한 때가 있어 불법복제를 쓴다거나, 너무 경직된 것 보다는 유도리가 있어야 한다거나, 불법복제로 쓴 덕에 전반적인 IT수준이 향상되었다거나 하는 이야기를 하시더군요. 업계에서 일하는 분이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거야 새삼 놀랄 것도 없지만 그렇게 변명을 한다는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제가 소프트웨어를 정품으로만 설치해놓았다고 하자 음악이나 영화 다운로드를 가지고 불법으로 다운받아 보지 않느냐며 불법이라는 부분에 대해 피장파장이라는 식으로 몰고 가려하셨습니다만 애석하게도 음악도 영화도 CD, DVD, TV, 영화관으로 해결하기 때문에 역시 모두 구입하고 있다고 답해드릴 수 있었습니다. 만약 애니나 만화로 물었으면 원하는 답을 들을 수 있었겠지만 자진해서 말 할만큼 친절한 성격은 아니라서요.

사실 너무 명확한 문제라 토론꺼리도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걸로 길게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게 어찌나 신기하던지 시간가는 줄 모르긴 했습니다. 불법복제의 부작용으로 중저가의 소프트웨어 시장이 말라죽고 고가의 소프트웨어가 불법복제되어 특정기업의 독과점을 견고히 한다는 이야기까지 해보긴 처음이거든요.

아무튼 제가 궁금한 건 어째서 변명이 필요했을까 하는 점입니다. 소프트웨어의 불법복제라는 점에만 한정한다면 전 분명 그분보다 도덕적 우위에 있겠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정품을 쓰라거나 그게 잘못되었다는 식으로 말하진 않거든요. 먼저 묻지 않았다면 꺼내지도 않았을 이야기입니다만 어째서 '아, 그래요.'하고 넘어가지 않고 변명을 했는가가 궁금합니다. 전 그분과 안면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고  권력의 상하관계에 있는 것도 아니거든요. 굳이 상하관계가 있다고 하면 제가 아래쪽이고요. 어쨌건 얼결에 저도 그렇게 대충 쓰다가 요즘 장난삼아 정품으로 바꿔봤다는 소리를 하게 만들 정도로 당위성 확립에 열심이였으니까요.
2007/12/17 19:24 2007/12/17 19:24